13th Gwangju Biennale — Minds Rising Spirits Tuning

Sign up for minds rising journal

Location

갤러리 2

INFO

, , 강과의 동류의식

동류의식은 인간 관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인간계를 초월해 형성된다. 따라서 본 갤러리에서 우리는 산등성이를 지나 강줄기에 이르는 변화무쌍한 생태계에 에워싸이는 것은 물론, 한반도에서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사프미(사미족 문화권),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를 지칭하는 마오리어)에 걸쳐 나타나는 공동의 실천 양식을 함께 목도한다. 갤러리2에 전시된 작품들은 한국의 시각 문화를 살피기 위해 동시대 미술을 넘어서 구술 문화, 전원의 다양한 우주론, 농업 사회 속 노동의 양상 등에 주목함으로써 계속해서 부상할 ‘공동체적 마음’이라는 지성을 갖추기 위한 초석을 다진다. 수많은 머리와 팔을 가진 세이니 카마라의 으스스한 조상들은 힘을 그러모아 세네갈의 토양, 카자망스 강, 이를 에워싼 드넓은 숲을 도망쳐 나온다. 파시타 아바드의 ‘트라푼토’ 태피스트리를 통해 우리는 풍성한 질감으로 예멘 마을과 시장의 출입구를 수놓은 직물들, 필리핀의 독립을 기념하는 기념비적 직물 배너 〈100년의 자유: 바타네스에서 홀로까지〉(1998) 등 속세의 여행자가 남긴 직물 유산들을 경험할 수 있다. 작고한 아이티 출신의 화가 제라드 포투네는 사회적 발언의 한 형식으로서 부두교의 신적 존재들인 ‘로아’와 아프리카계 아이티식 의례들을 그의 작업 속에서 한데 통합시킨다. 이어서, 우리는 인주 첸 & 리춘 린(마리나)과 함께 하부, 중부, 상부 세계의 샤머니즘적 형상과 이에 조우하는 낮은, 중간, 높은 음역대를 여행한다. 그리고 이내 나우아족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존재이자 하늘과 땅의 매개하는 나비들로 구성된 페르난도 팔마 로드리게스의 키네틱한 들판 위에 내려 앉는다. 주마디의 직물 회화에는 자바인들의 삶 속에서 형성돼 온 여러 반식민주의적 관계 조건들에 얽힌 세속적 이야기들이 울려퍼지고, 그 이야기 속 유령, 동물, 이주민, 불온분자가 화면 위를 떠돌며 각자 자신이 차지할 자리를 두고 옥신각신한다. 오우티 피에스키와 에바-크리스티나 하를린은 함께 오랫동안 천착해 온 사미족 사회의 여신과 모계 사회의 전통을 우리와 공유한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조현택은 마치 밤을 맞아 쉬고 있는 듯한 돌시장에서 판매되는 조각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신성한 상징물, 믿음의 작동방식, 상업화 등의 역할을 면밀히 들여다 본다. 김상돈이 선보이는 영적 도상의 행렬은 한국의 무속신앙, 동시대 정치, 계속되는 과소비 등과 관련된 요소들 한데 활성화시킨다. 아르피타 싱의 회화 작품은 여성의 신체 및 친밀한 사회적 관계에 관한 시각적 우화들을 활용해 일상의 정치학 및 시학을 융합시키고, 인간 조건의 취약성을 오히려 강인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와 같은 고민은 소니아 고메즈의 작품에서도 두드러지는데, 발견된 재료, 버려진 재료로 만든 앙상블라주는 아프리카계 브라질인 공동체의 영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섀넌 테 아오의 영상 작품은 마오리족의 노래와 ‘화카타우키(격언)’로 이뤄진 소리 조각들을 멀리 발산시키며 대양 위 수평선 너머로 확장해 나간다.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에는 시간의 선형적 흐름에 저항하는 믿음, 즉 “카 무아, 카 무리”라는 말이 전해지는데, 이는 혹자가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면 미래를 등지고 과거를 응시하면서 걸어간다는 뜻이다. ‘피플스 아카이브 오브 루랄 인디아 – 피에이알아이’는 방안갓에 모여든 농촌 여성들이 나눈 구술 문화, 시 문학을 수집해 왔는데, 이 기록들은 계절의 변화, 여성의 노동, 카스트 제도의 정치학, 가족 간의 관계, 축제 등에 대한 이들의 삶의 교훈들을 담고 있다. 파리드 벨카이아의 선지적인 작품들에는 신석기 시대의 그림부터 티피나그 문자로 쓰인 문서, 수피교도의 신비주의, 베르베르인들이 사용한 무늬, 문신, 북아프리카 토착민 아마지흐족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로코의 식민 시대 이전의 전통을 차용해 발전시켜 나간 시각적 어휘의 총체가 돋보인다. ‘배드 피지 걸스(쿠이쉴레 차란 & 에샤 필레이)’는 선조의 수공예 기술을 되살려 ‘아플리케’ 장식, 자연 염색, 자수를 사용한 일련의 배너들을 제작해 피지 내 기르미트 공동체의 저항과 여성들의 삶을 기린다. 유목민 전통에서 유래한 시 문학과 신화를 한데 엮어내는 투굴두르 욘돈잠츠의 설치 작품은 몽골의 풍경과 문화적 유산을 대담히 신비주의적으로 독해한다. 이 앙상블은 지구의 표면 아래 묻힌 지성, 목소리가 메시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속 미립자들의 춤, 흐르는 물이 간직한 끝없는 기억 등을 하나의 화음으로 조율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