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th Gwangju Biennale — Minds Rising Spirits Tuning

Sign up for minds rising journal

조피아 리데트

1911년생 조피아 리데트의 젊은 시절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20세기 중동부 유럽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재된 제약으로 이뤄졌다. 리데트는 미술에 대한 열망을 보류한 채 폴란드 스놉코프의 중앙경제여학교에서 공부한 후에 여행사 직원, 소규모 완구 회사의 관리자로 일하다가, 40세가 됐을 때 비로소 사진에 대한 열정을 되살렸다. 글리비체 사진 협회에 가입한 후, 그녀의 사진 작업은 열정적인 취미에서 평생을 헌신할 진정한 업이 됐다. 그녀의 흑백 사진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 담겨 있다. 리데트는 사진의 기억을 담는 능력이 인간의 존재뿐만 아니라 가치도 보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나 사회주의적 생활 방식에서 벗어난 이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그녀의 독특한 작업은 모든 폴란드 가정을 기록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 〈사회학적 기록〉(1978–97)에서 정점을 이뤘다. 그 결과인 16,000개의 사진 원판 목록은 여러 주제들 중에서도 여성, 특히 시골에 사는 어머니들을 강조한다.

리데트의 작업 중 유일하게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아닌 〈감정과 상상의 세계〉(1975–79)의 일부 작품은 다다와 초현실주의 양식을 연상시키는 포토몽타주를 통해 인간 조건의 존재론적 측면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잘라 낸 조각을 엮어 모형을 만들고, 다시 사진을 찍어 확대 복사했다. 이 시리즈는마네킹’, ‘유령’, ‘위협 15가지 주제로 정리됐으며, 종말 이후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략 100개의 이미지로 구성돼 있다. 반복되는 모티프로는 획일적인 마네킹의 모습, 축축한 흙에서 솟아오른 장갑, 추상적 풍경에 흩어져 있는 마른 나뭇가지, 여성적인 곡선 모양의 지평선 등이 있다. 해방감을 주는 콜라주 기법을 통해 리데트는 그의 말마따나감정과 욕망, 사랑이 유일한 치료제인 외로움과 두려움, 덧없음의 비극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은 전쟁의 외상적 경험, 여성으로서의 존재, 항상 존재하는 대변동의 위협 등 작가 안에 남아 있는 사라짐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한 내밀한 고백이다.

크리즈티나 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