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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삶과 진화/혁명의 경계를 조각하기

By 린 허쉬만 리슨

작가 린 허쉬만 리슨은 하버드대학교 부설 와이스 생물감화공학 연구기관(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에서 최첨단 응용과학을 활용해 제13회 광주비엔날레의 커미션 작품인 〈뒤틀린 중력(Twisted Gravity)〉을 제작 중이다. 활용된 주요 기술로는 공공 설비를 활용하지 않고 여과 장치로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전기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아쿠아펄스(AquaPulse)’와 스마트 박테리아로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소화하는 ‘에볼루션 시스템(Evolution System)’ 등이 있다. 젠더, 정체성, 감시, 인공 지능, 생명공학, 유전공학에 천착해 온 지금까지의 업적에 걸맞게, 리슨은 2017년 하버드대학 의대 연구실에서 본 대학 유전공학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하버드-MIT 보건과학 및 기술 교수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화는 재생(regeneration), 삶의 경계 이동, 생물감시(biosurveillance), 지구에서 우주로의 이주, DNA에 물질을 기입하는 일에 수반되는 윤리적 경계 등을 탐구한다.

린 허쉬만 리슨(이하 ‘LHL’): 영화를 DNA로 전환해서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조지 처치(이하 ‘GC’): 내 경력의 대부분은 DNA를 기록하고 독해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팀에 합류에 협업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2012년 디지털과 아날로그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융합하는 작업을 했다. 정보를 생물학적 혹은 완전히 비생물학적 시스템에 저장할 수 있게 됐다. 후자의 경우가 가장 좋은데, 저장된 정보가 백만 년이 흘러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건조된 형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에는 비교적 단기간 저장하고, 뇌나 의료체계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블랙박스의 기록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생리적 상태를 시간의 함수로 정확하게 반영하는 한 시스템의 안정성은 중요치 않다. 내가 속한 연구실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테크니컬러(Technicolor)’와 협력해 몇몇 비디오를 DNA에 저장했다. 심지어 1902년 영화를 코딩해 디지털 포맷으로 만들었다. 우선 디지털 언어의 ‘0’으로 치환한 후에는 유전학적 요소인 ‘A’, ‘C’, ‘G’, ‘T’로 간단하게 맵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데이터에서 곧바로 DNA로 치환할 수도 있다. 

LHL: 영사하거나 다시 변환해서 되돌리는 경우는 어떠한가?

GC: 디지털 필름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스크 드라이브에 담긴 디지털 필름에는 광자가 없다. DNA를 다시 변환하면 디스크 드라이브에서 읽을 수 있게 되고, 그 다음에 스크린에 영사하거나 모니터에 재생하면 된다.

LHL: 이러한 방식으로 저장한 영화를 소개해 달라.

GC: 1902년 개봉한 영화 〈달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을 디지털 이진법으로, 그 다음에는 DNA로, 그리고 다시 이진법으로, 최종적으로는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영화로 전환했다. 색, 사운드 등 차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

LHL: 왜 굳이 이 영화를 대상으로 삼았는지.

GC: 테크니컬러의 선택이었다. 감독이자 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아스(Georges Méliès)가 말년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영화를 전부 폐기해버렸으니 테크니컬러의 소장품 중 가장 각별한 것을 골랐을테다. 첫 천연색 영화인 이 고전 작품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각 프레임은 손수 투명 도료로 칠한 작품이었는데, 결국 상태가 좋지 않은 복제본을 발견해 수고롭게 수작업으로 복원했다. 디지털 백업 파일도 만들었는데, 테크니컬러는 제대로 아카이브를 할 작정이었다. 가능한 한 영구적인 형태로 이 영화를 보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DNA를 기반으로 한 생물 형태라면, DNA를 독해할 수도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LHL: 더 넓은 의미의 문화를 통제하고 아카이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GC: 역사에 관해 아카이브로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로써 삶이 어떠했는지 보여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닐 수도 있지만, 멸종된 종을 복원하거나 희귀 동식물의 세포조직을 냉동보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본래 모습이 유지된 생태계를 아카이빙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동고에서 끄집어 내 생태계를 다시 만들어 낼 만큼 생태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훗날에는 그럴 의지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나 언어 등 다양한 역사와 삶의 방식을 보관하는 만큼 기술적 발전, 보호소, 아카이브 또한 보존해야 한다. 

LHL: 무척 이상적인 작업이다. 스스로 낙관론자라고 생각하는가? 

GC: 낙관적인 면도 있고, 비관적인 면도 있다. 수백만 년을 견뎌낼 수 있는 형태로 무언가를 보관하는 일은 결국 현재의 기술 혹은 어쩌면 문명까지도 잃게 되고 추후 회복해야 한다는 상황을 전제로 삼는다. 다분히 부정적인 시나리오다. 외계 생물학적 수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행성에만 생명을 유지하면 소행성 충돌이나 초대형 화산 폭발로 멸종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니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연구로 인해 많은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설령 지구를 떠나야한다 해도, 충분한 재원을 갖추어 소수의 사람만 보내도 되고, 모든 병원성 미생물 혹은 미생물 전체를 제거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과 중력에 대한 민감도을 낮추어야 할 수도 있는데 충분히 가능하다. 잠깐이나마 통증에 대한 민감도도 낮춰야 할테다. 몽롱하게 만드는 마취나 아편 계통 약물 없이도 통증의 전원을 켜고 끌 수 있게 될 것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유전적 기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통증을 느낄 수 없다면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수술할 때 마취, 항생제, 살균 소독 없이 밖에서 입는 옷을 입고, 심지어 스스로 절개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행성을 떠난다고 할 때 필요할 만한 요소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흥미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 스스로를 바꾸고 미래에 필요할 요소를 생각할 기회가 되는 셈이다. 

LHL: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행성으로 반드시 이주해야 할까?

GC: 행성 이동이 꼭 오염 문제에서 비롯하는 것은 아니다. 오염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유발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먼 과거에 대기에는 산소가 전혀 없었다. 광합성을 하는 유기체가 대기 중 산소 포화도를 21%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 상태가 다양한 생물 형태에는 유독했다. 생명이 동틀 무렵, 이러한 변화는 심각한 오염이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간은 그 다음 행성도 반드시 오염시킬 것이다. 인구가 최소한의 속도로 증가하면서 탄화수소나 독소로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더라도, 인간은 존재 자체로 오염을 감행할테다. 기술의 근원을 살펴보면, 녹색 혁명으로 인해 인구가 과거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적인 문제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고, 인류가 쌓아온 지성과 문명을 쓸어버린다면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러니 여기저기에 우주 식민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멀수록 더 좋다.

LHL: 지구를 위협하는 다른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GC: 이미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이 있었고, 지구로 오는 빛을 차단해 많은 종을 파괴했다. 광합성이 차단되면, 식량 자원 또한 공급이 중단된다. 이로써 문명을 위협하고 그 이상의 영향을 끼친다. 심각한 상황에는 생물이 전멸할 수도 있다.

LHL: 대량 멸종을 불러오거나 지구를 시급하게 떠나도록 할 만한 미지의 존재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가?

GC: 그러한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후일 수도 있고, 바로 내일일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예상치 못한 소행성이 가까스로 비껴갔다. 작고 멀리 있었지만 놀랄 만큼 늦게야 감지됐다. 지구 탈출을 얼마나 급하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우선 순위의 문제다. 개발도상국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과 빈곤, 생활 수준의 개선에 집중한다면, 지금처럼 경쟁하는 것보다 지구 탈출에 더 많은 재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세기에 탈출하게 돼도 놀랍지 않다.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우주 식민지를 세워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LHL: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재난이나 오염과 같은 대대적인 황폐화가 인간의 본성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GC: 인간의 본성이 바뀌었다. 대체로 유전적 요인 이외의 부분이 해당된다. 나는 유전적 유산과 비유전적 유산을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가는 것,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등 여러 능력을 물려받았다. 눈 색깔을 물려받는 것과 같다. 경우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잘 물려 받는 사례도 있다. 유전은 생각보다 침투력이 강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현재 가장 빠르고 영향력 있는 진화는 문화적 진화다. 문화는 기술을 포함하고, 기술은 이제 유전학을 포함한다. 어쩌면 유전학이 문화적 변화의 속도와 영향력을 좇아올 수 있도록 진화할지도 모른다. 유전학도 이제는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좋은 생각이 났다면 인터넷을 통해 하루 만에 퍼트릴 수 있게 됐다. 제조하는 과정까지 관여한다면, 인터넷과 다른 경로를 통해 1년이면 전파될 수 있다. DNA는 그렇게 빨리 재생산을 통해 뻗어갈 수는 없다. 각 유전학적 혁신의 주기는 20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LHL: 우리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나?

GC: 각각의 새로운 기술에 관해 충분히 교육하고 소통해야 한다. 기술은 일방통행로가 아니다. 발전하기 위한 각 과정은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로써 사람들은 어떤 기술이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터득한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하될 수도 있다.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 검색, DNA 해독 및 기록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됐다. 많은 경우 광고나 유사한 상품의 보조금을 받아 이제 거의 무료에 가까워졌다.

LHL: 이러한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 누가 통제하고 있다고 보는지.

GC: 대체로 그렇듯 정치경제적 요소를 수반하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얼키고설킨 과정이 모여 최종 결정에 도달한다. 시장의 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똑똑한 사업가가 70억 인구가 휴대폰을 소지해야 할 이유를 고안해 낸다면, 70억 세계인들이 휴대폰을 갖게 될 테다. DNA도 마찬가지다. 70억 인구가 형편이 되든 안 되든 혜택을 입어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면, 시스템 속에 있는 누군가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결정은 실질적으로 이렇게 내려진다. 특수한 지역, 나라, 혹은 UN이 내리는 결정보다 경제적인 수요와 공급이 더 예측가능하다.

LHL: 낙관론자라면 위험요소를 검토하고, 잠재적인 위험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을까?

GC: 나는 이것저것 모두 염려하지만 스스로 낙관론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완전한 낙관론자였다면 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할 테니! 지구에 90억 인구가 살고 있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문명 속에 이미 존재하거나 앞으로 올 질병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고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이 모든 일에 대해 비관론자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LHL: 지극히 낙관론자가 할 만한 말이다.

GC: 모든 것에 대해 염려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이 걱정하도록 부추기려고 한다. 대중을 개입시키기 위해 이런 방식이 꼭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로서 우리가 더 잘 보는 것이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점을 굳이 전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최대한 빨리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고, 문제를 작게 보고 준비를 덜 하는 것보다 과도하게 판단하고 대비하는 편이 낫다. 예를 들면, 인간의 유전체를 읽어내는 데 60년이 걸릴 거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단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할 만한 것이 상당히 많다. 과거에는 국가만 소유했거나 그 누구에게도 없던 권력, 권한을 기술로 하여금 일반 시민 혹은 아주 소수의 시민이 쥘 수 있도록 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과거에는 한 개인이 끼칠 수 있는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이제는 원자력, 생물학적, 화학적 무기만 있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생물학적 무기는 하나의 세포나 바이러스에서부터 전파되기 때문에 한 개인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사태를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남용할 만한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

LHL: 그러한 작용은 현실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GC: 물론 진단학 또한 일종의 감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감시란 우리 환경에 도래할 수 있는 질병을 경계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들이 연구 활동을 공개하고 싶든 말든 감독하고자 한다. 합성생물학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감시에 많은 이점이 있다. 우리는 예방의학의 발전과 실천에 기여할 수 있는 몸 전체에 대한 감시 기술을 더욱 활발하게 유통하게 될 것이다.

LHL: 전적으로 동의한다. 체내 생물학적 감시 시스템을 통해 일반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정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감시는 세포나 센서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지.

GC: 특히 새로운 감염원을 읽어내는 센서는 최초 감염자에서 전염병이 멈추도록 할 수 있다. 수백만 감염자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테다. 감염이 시작되는 걸 감지하자마자 멈출 수 있다.

LHL: 그렇게만 된다면 참 놀라운 발전일 테다.

GC: 진단도 더 잘하게 됐다. 하지만 진단 기술 자체는 재사용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표준적인 의료 과정에서 호흡기 감염이 발견되면, 치료를 하지 진단을 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진단과 치료의 상대적인 비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와 연관돼 있다.

LHL: 미래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GC: 현재 기술을 통해 소량의 침을 센서로 DNA 염기서열분석기를 돌려 입을 비롯한 체내 혹은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분석해 낼 수 있다. 보통 느린 과정이지만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분석 결과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공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병원균이 있거나 그 병원균에 대해 예방접종이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스마트폰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 현재는 부분적으로 천천히 할 수밖에 없지만, 기술이 신속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LHL: 언제 어디서 어떠한 요인이 발생해서 다른 생물 형태에 위협이 될 수 있을지 아는 방법이 있는가?

GC: 진단학, 특히 치료학 분야에서는 꽤 훌륭한 국제협정이 있다. 이중맹검법을 통과하고, 위약을 통제하고, 무작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처(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는 이러한 원칙을 표준으로 지키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는 유럽 의약품청(EMA, European Medicine Agency), 중국에는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 등이 있다. 이러한 기관들은 신약이 정확한 프로토콜을 통과하고, 이상적으로는 우선 동물 실험을 통과한 이후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신약을 사용할 수 없다. 유관 기관이 사람들이 다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

LHL: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편집을 통해 생명을 추적할 가능성은 어떻게 내다보는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정확히 무엇이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고 새로운 생체를 추적하는 것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GC: 크리스퍼는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의 치료학에 비해 접근가능성이 더 높지도 않다. 우리는 처방전 없이도 옥시콘틴을 구할 수 있다. 불법이지만, 이와 관련해 법을 집행하기 참 어렵다. 숫자 게임으로 볼 수 있는데, 공중 위생에 대한 위험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중독성 있거나 유해성이 있는 약을 만들지 않는다면 위험은 낮아진다. 규제는 있겠지만 합법적인 약물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불법 약물만큼이나 탐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처와 전 세계의 기관들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해서 남용할 이유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 

LHL: 어떤 규제가 필요한가? 그 규제는 어떻게 작동할까?

GC: 거의 모든 것에 규제가 걸려 있다. 야생동물을 조작하면 미국 소재 3개의 기관(식품의약처, 환경보호국, 농무부)의 규제에 저촉된다. 어떤 경우에는 유전자 변형 생물의 복지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데, 이를 모기라는 사례에 접목해 보면 약간 이상하게 느껴질 테다. 모기의 복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모기에 생태계가 좌지우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LHL: 새로운 생물 형태의 출현을 막는 다른 규제도 있는지.

GC: 국제적인 규정들이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 크리스퍼 등을 수반한 야생종의 유전자 조작 연구 제안은 대체로 국경을 넘나든다. 연구자들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를 먼저 확보할 것이다. 이 단계를 간과한다면 기관들이 개발 과정을 역추적해 잡아내고 대가를 치러야 할 테다. 물론 새로운 생명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퍼뜨려서는 안 된다. 퍼뜨려지자마자 추적할 수 있다. 그러니 감시가 우리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생명 형태를 조속히 발견해 낼수록 더 빨리 되돌릴 수 있다.

LHL: 정확히 어떻게 그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가?

GC: 동식물 센서, 기계적 혹은 전기 센서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충분히 저렴하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통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무언가 특이한 것이 생기면 바로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어떤 걸 찾고 싶은지는 대략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유 주파수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처럼 작은 변화도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LHL: 그렇다면 다행이다. 내가 이야기 나누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탐지 시스템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GC: 무척 초기적인 단계이지만, 존재한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특이한 환자가 발생할 경우 기지, 의사, 표본의 네트워크로 대처한다. 하지만 보통 미국 시민들이 여러 전자 기기들을 갖고 있듯 개개인인 개인용 센서를 소유하고 있다면 훨씬 비용도 절감되고, 의학적으로도 효율적일 것이다.

LHL: 센서 네트워크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GC: 이러한 네트워크는 완전히 균일하거나 적용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 표준

적인 합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사업적 측면으로 보면, 국제적인 일이다. 구글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트리트 뷰를 진행할 때 각 나라의 거리 여기저기를 자동화된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해 현지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다. 허가가 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었다. 여러 결정이 조각조각 모여서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국제적인 자료가 됐고, 이제는 공개됐다. 전 세계 곳곳을 스트리트 뷰와 구글 맵을 통해 볼 수 있다.

LHL: 당신과 같은 낙관론자들이 해낸 것이다.

GC: 최소한의 낙관주의만으로도 비관주의에 의해 손발이 묶이는 일은 피할 수 있다. 나는 그 정도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문제가 엄청 많을 뿐. 이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극을 받아 창의적인 과정이 전개됐다. 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비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의 기술 5개의 기술을 개발하면 그 중 4개는 실패할 것을 이미 알고 개발을 감행한다. 우리가 낙관적이었다면 “자, 이렇게 하면 될 거야”하고 말았을 테다. 그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대로 두면 알아서 발전할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중간의 입장은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다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되는 것도 있겠지. 그러니 여러 방향으로 시도해봐야 해.”

LHL: 언제부터 생물학적, 컴퓨터 공학적 개입에 관심을 가졌나? 

GC: 생물학과 컴퓨터공학의 교차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살 때부터다. 초기에는 유전 형질의 결정화에 대한 연구를 했다. 처음부터 유전학에 집중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술, 컴퓨터공학, 생물학이 가장 잘 활용되는 것은 유전학이라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 DNA 해독과 기록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장기부터 생태계, 그리고 정밀 의료까지 생물학적 요소 전부를 읽고 쓰는 일에 해당한다.

LHL: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예술 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GC: 그렇다. 박사학위 후 연구에서 이 분야를 조각적인 진화라고 보았다.

LHL: 전적으로 동의한다.

GC: 생태계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4차원 조각인 셈이다.

LHL: 시간의 차원까지 겸한 것이니.

GC: 그렇다. 시간이 바로 네 번째 차원이다.

린 허쉬만 리슨, 〈뒤틀린 중력〉, 2020, 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 에칭, 45.72x91.44cm (18x36inch), courtesy of the artist

BIO

미술가이자 영화 제작자 린 허쉬만 리슨(Lynn Hershman Leeson, 1941년 미국 클리블랜드 출생, 현재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 및 활동)은 지난 50여년 간의 미술 및 영화 제작 활동을 통해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허쉬만 리슨은 인간과 기술, 정체성, 감시 등 사이의 관계, 검열 및 정치적 억압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도구로서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 등 사회의 주요 작동 방식으로 현재 잘 알려져 있는 이슈들을 탐구하는 혁신적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Manual Override”(뉴욕 더 쉐드(The Shed), 2019, “VertiGhost”(샌프란시스코미술관, 2017), “Lynn Hershman Leeson: Origins of the Species (Part 2)”(모던 아트 옥스포드(Modern Art Oxford), 2015), “Civic Radar. Lynn Hershman Leeson - The Retrospective”(칼스루에 ZKM 미디어 아트 센터, 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