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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질식 / 심장의 유배

By 김혜순

질식
마흔엿새

그리하여 숨
그러자 숨
그다음엔 숨
이어서 숨
그래서 숨
그렇게 숨
그리고 숨
그대로 숨
그러다가 숨
그래서 숨
항상 숨
이윽고 숨
언제나 숨
그런데 숨
그러나 숨
그러므로 숨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끝끝내 숨

죽음은 숨 쉬고, 너는 꿈꾸었지만

이제 죽음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뗄 시간
이제 꿈을 깰 망치가 필요한 시간

 

심장의 유배
마흔이레

누가 네 몸속에서 물을 길어 올리나

누가 네 몸속에서 섹스를 하고 있나

창밖에서 남자와 여자의 구두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넌 알고 있었니?
우리가 흐느끼는 소리로 뭉쳐진 존재라는 걸)

누가 네 속에서 풍금을 치나

누가 네 속의 진흙 속에서 푸들거리나

누가 네 속의 몇 개의 지층 아래서 벌떡벌떡 물을 토하나

(몇 세기의 지붕을 소리 없이 걸어가던 여자가
임신한 배를 껴안고
잠시 쉬는 테라스
눈물로 만든 렌즈들이 유리창을 쓰다듬고 있네)

BIO

김혜순(1955년 대한민국 울진 출생, 현재 서울에서 거주 및 활동)은 동시대 시인으로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출신 시인이다. 건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 가을호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 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97년 제16회 김수영문학상, 2000년 제1회 현대시작품상, 제15회 소월시문학상,  2006년 제6회 미당문학상, 2008년 제16회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9년 시집 『죽음의 자서전』(2016)으로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세계적인 그리핀 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여 받았다. 주요 시집으로는  『또 다른 별에서』(1981),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1985), 『어느 별의 지옥』(1988, 1997, 2017),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1994), 『불쌍한 사랑 기계』(1997),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2000), 『한 잔의 붉은 거울』(2004), 『당신의 첫』(2008), 『피어라 돼지』(2016), 『날개 환상통』(201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