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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탈코르셋’ 운동의 디지털 페미니즘과 정치적 가능성

By 이혜진

2018년 『씨엔엔(CNN)』은 「미의 기준에 반기를 든 한국인」1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선보였고, 『엔피알(NPR)』은 「한국 여성이 코르셋을 탈피하고 이상적 미(美)의 기준을 거부한다」2는 기사를 보도했다. 영어권 미디어가 한국적 미에 관해 수차례 중요한 이슈로 다룬 바 있지만 한국 내 미의 관행과 소비에 저항하는 여성주의 운동이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이 짚어냈듯이 이전까지 서구 미디어의 비판적 시선은 한국 내 미의 기준이 ‘백인처럼 보이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하는 가에 초점을 맞췄다.3 이러한 서구 언론의 무심함에도 불구하고 ‘#탈코르셋’ 및 ‘#EscapeTheCorset’(이 해시태그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해당 운동의 약칭이 됐다)은 한국 페미니스트가 시도한 첫 번째 조직적 반(反) 뷰티 운동은 결코 아니다.4 오히려 이러한 관심이 시사하는 바는  해시태그의 전파와 공유가 야기하는 글로벌 연대를 통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디지털 페미니즘의 가능성이다. 조직적인 형태로 해시태그를 사용한 기간이 불과 10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 이들은 “개별 트윗을 거대한 집단적 스토리텔링으로 통합해 새로운 조직의 탄생”5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의 디지털 페미니스트들이 #탈코르셋에 관해 한 목소리를 내는 집단적인 논점은 무엇인가? 이미 탄탄하게 자리 잡은 한국 내 반(反) 뷰티 분야에서 디지털 페미니즘은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는가?

배리나,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유튜브(YouTube), 2018년 6월 4일, 저자가 스크린샷 제공

우선 한국의 놀라운 뷰티 역사가 지정학, 전쟁 및 정치 경제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시적인 유행으로 간주될 수 있는 미의 열풍은 사실 70년의 세월이 빚어낸 산물이다. 예를 들어, 성형 수술은 1953년 6.25 전쟁을 종식시킨 (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한국 휴전 협정 후에 일반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이어지는 한국 주둔 기간 동안 미군은 현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초콜릿, 탄산 음료, 스팸을 비롯한 각종 물품을 나눠주는 등 인도적인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6 그 원조 활동의 일환으로 미군 의사들은 6.25 전쟁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재생 수술을 집도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랄프 밀라드(Ralph Millard) 의사는 그가 ‘무표정’하다고 묘사한 눈에서 한국인들을 해방시키는 일에 앞장 섰는데 이는 오늘날 ‘쌍꺼풀 수술’이라 알려져 있다.7 밀라드의 1955년 수필집 『동양 여정(Oriental Peregrinations)』에 따르면 그는 아시아인의 상징적 특징인 ‘외꺼풀’을 없애는 것을 ‘탈동양화’ 프로젝트의 한 절차로 여겼다.8

성형 수술은 한국에 도입된 이래 세월에 부침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특히 한국이 외환 채무 불이행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에 직면한 1997년 이후, 성형수술은 자기관리 및 기업가정신의 신자유주의적 전략으로 널리 퍼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차원의 경제 구조 재조정이 불가피했고, 실업률은 최저 3%에서 20%까지 치솟았다.9 또한 정부가 사회 복지 예산을 삭감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경제 구조로 내몰았다(최근 몇 년 간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게다가 노인 자살률이 4배나 증가했다10). 이력서에 본인의 사진을 첨부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에 ‘향상된’ 외모는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됐다.11 외환 위기의 산물로 성형수술부터 값비싼 영어 연수까지 다양한 경로의 ‘스펙 쌓기’는 필수로 여겨진다.12 이러한 경쟁은 자기관리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지령을 형성했는데, 이는 자유와 성공을 위한 무수한 선택을 통해 개인이 통제를 당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남보다 앞서려는 개인적 야망과 노력으로 공공연히 발현된다. 조주현에 따르면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기관리자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충실히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비판하거나 복속시키기보다는 바이오 파워에 스스로를 종속시키는 사람이다”.13 자기관리 및 개발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의무와 취업, 결혼 시장에서의 성공 간의 긴밀한 관계는 새로운 차별 구조를 초래했다.

비영리단체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러한 구조를 ‘외모지상주의’라고 칭했다. 2003년 당시 한국여성민우회 대표였던 김상희는 『중앙일보』 사설에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는 자기관리를 하지 않아 예쁘지 않은 여성을 게으르고 무능하게 본다. 사회적 잣대를 적용하는 외모 차별은 취업, 결혼 시장에서도 만연하다”고 썼다.14 다시 말해, 외모에 투자하지 않는 여성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2003년에 시작한 ‘여성의 몸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프로젝트’는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1년에 걸쳐 교육 및 프로그램을 진행해 여성들에게 다가가고 제도적 개혁을 추구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내 몸의 주인은 나’ 캠페인이라고 불리며 ‘Love Your Body’라고 더 널리 알려져 있다. ‘Love Your Body’는 외모지상주의를 유지해 이득을 취하는 여러 산업을 약화하고 여성을 교육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공개 집회, 청원 및 공연, 모녀 야간 캠프, 미디어 모니터링 캠페인,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 불법 광고에 대한 법적 조치, 교육적 풍자의 제작 및 상영 등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평등의 주요 장애물로 간주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3년, 그리고 다시 2013년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15

한국여성민우회가 ‘Love Your Body’ 캠페인을 처음 런칭한 이래, 특히 2009년도 이후 ‘한류 2.0’(SNS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한국 대중문화 상품이 거둔 세계적 성공을 칭하는 용어)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여성의 미에 대한 문화 기대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상향이 됐다.16 한국의 뷰티 산업은 강화됐고 글로벌 ‘K-뷰티’ 현상을 낳았다. 따라서 한국 미의 기준 역시 더욱더 확고해졌다. 130억 달러(USD) 산업인 K-뷰티는 (150억 달러 산업인 K-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케이팝 미소녀가 보여주는 촉촉하고 매끈한 피부와 진한 눈썹, 그리고 도드라진 눈으로 대표되는 한국 여성의 이미지를 판매한다.17 K-뷰티는 비타민 C 세럼, 황금 마스크팩, 달팽이 영양크림 등 아름다움을 향한 무궁무진한 제품을 선보인다. 이러한 제품군은 최근 유행하는 12단계 스킨케어 루틴과 같이 엄격한 사용법과 시간 소모적인 절차를 거쳐 완성된다. 더욱이 한국의 ‘이상적인 미’는 온라인에 반복적으로 게시해 밈(meme)화 되는 제품, 광고, 뮤직 비디오 및 메이크업 튜토리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로 강화된다. 그 결과 페미니스트 조직은 여성 개개인의 재교육을 목표로 한 한국여성민우회 거리 캠페인에서 K-뷰티와 K-팝을 유지하고 글로벌 범위를 아우르는 디지털 및 해시태그 활동으로 변형됐다.

트위터 계정 ‘아무 생각 @blankapple’, 2018년 5월 11일, 저자가 스크린샷 제공

트위터 계정 ‘실천하는 보지 @FV6DOQQbnem3OmB’, 2018년 8월 11일, 저자가 스크린샷 제공

K-팝이 바이럴 영상(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대표적인 예)을 통해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듯이 한국의 #탈코르셋 운동 역시 SNS의 연결성을 통해 광범위하게 가시화됐다.18 2018년 6월 유투버 겸 메이크업 블로거 배리나는 현재까지 약 10억 조회수를 기록한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영상을 통해 #탈코르셋 운동의 국제적 상징으로 떠올랐다.19 앞선 언급한 영상에서 배리나는 화장을 하고 바로 지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돼지도 화장을 하네”나 “피부 왜 저렇게 더러워” 등 본인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에 달렸던 악성 댓글을 화면 한 쪽에 노출시킨다.20 그녀는 “예쁘거나 마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만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화장하지 마세요”21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영상을 마무리한다. ‘탈코르셋’이라는 슬로건은 사실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 유래를 찾아보면 1968년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치마, 인조 속눈썹, 하이힐, 거들 등을 이른바 “자유의 통”22이라 명명한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항의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꽉 조이는 옷, 이상적 여성미를 은유하는 ‘코르셋’으로부터의 탈피는 미국 내 제2차 페미니즘 물결의 구심점이 됐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게 부과되고 요구되는 미용 요법의 제한적 측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본 슬로건을 사용한다. 배리나는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영상에서 “여성들은 한 두시간 일찍 일어나서 외출 준비를 함으로써 강제로 코르셋을 착용하게 된다”고 설명한다.23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요 쟁점인 외모지상주의를 한국 내 성불평등의 한 형태로 봤다면 디지털 페미니스트들은 외모지상주의가 강요하는 노동에 집중한다. 배리나의 영상에서 오늘날 젊은 한국 여성에게 강요되는 코르셋은 ‘베이스, 눈썹, 립스틱’임을 알 수 있다.24 이러한 ‘코르셋’은 간단하게 착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외출 전 몇 시간 동안 공들여 외모를 꾸미는 과정을 수반한다. 배리나를 비롯한 디지털 페미니스트들은 이 점을 강조함으로써 여성의 ‘꾸밈 노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했을 때 “넌 외모에 신경 안 쓰는구나”, “아파 보여” 등 직장 동료들이 흔히 하는 말을 언급하면서 배리나는 외모에 대한 기대치가 일상적 독성으로 번질 만큼 일반화됐다고 지적한다.25

전 세계의 이목을 끈 배리나의 영상과 더불어 다른 한국 여성들 역시 SNS에서 활발하게 미의 기준에 반항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트위터 계정 ‘아무 생각(@blank_apple)’은 2018년 5월 11일 “미사여구는 다 잘라냈다”는 캡션과 함께 자신의 긴 머리 사진과 픽시컷 사진을 비포 앤 애프터로 게시했다.26 같은 해 8월 11일 ‘실천하는 보지(@FV6DOQQbnem3OmB)’는 잘라낸 머리카락 한 웅큼과 으깨어버린 화장품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깨달음이 너무 늦었다”고 고백했다.27 2018년 늦여름에 이르러 한창이었던 #탈코르셋 운동의 일부 사례다. 하지만 이런 게시물들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즉, 해시태그는 단순히 꾸밈 노동에 대한 적극적인 거부와 철회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출될 시간, 에너지, 돈으로 많은 가능성을 접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가령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포기한 페미니스트 차지원은 “매달 80여만 원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외모에 쏟아 붓던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한국여자(Korean womyn)’라는 페미니즘 전용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 사용한다”고 전했다.28 배리나는 스스로의 플랫폼을 발판으로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렇듯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화장이 여성의 경제적 활동과 무보수 노동의 한 형태이며, 그 가치는 더욱 의미 있는 노력을 통해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지역적 맥락을 조명하면서 이러한 젠더 노동 요구를 다른 운동과 연결해 전 세계의 젠더 폭력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탈코르셋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2018년 말 트위터 계정 ‘Professor A.K.Gill CBE(@DrAishaKGill)’ 은 “훌륭하다. 2018년 여성은 해시태그로 반격한다”29라고 트윗하며 다음과 같은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MosqueMeToo #thetotalshutdown #saudiwomencandrive #escapethecorset #Cuentalo #dancingisnotacrime #ThisisNotConsent #equalpay. 예를 들어, 사우디 여성의 운전 권리 획득(#saudiwomencandrive)과 영국의 성별 임금 격차 반대(#equalpay)등의 해시태그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아일랜드 및 한국에서 여성의 저항을 담론화해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 반격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세계 전역에서 급부상한 페미니스트 운동이 낳은 결과이기도 했다.30

한국여성민우회의 캠페인은 광범위했지만 부분적으로는 여성에게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해 재교육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다. 한국여성민우회는 K-팝, K-뷰티, 의료 관광 산업(성형 수술이 가장 큰 시장이다)을 장려하는 한국 정부로부터 ‘Love Your Body’ 기금의 3/4을 후원 받은 페미니스트 비영리 단체다. 정부의 한국여성민우회 후원은 김대중 정권 때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을 위한 사회적 ‘대리모’로 비정부기구(NGO)가 이용돼 왔음을 잘 보여준다.31 송제숙의 설명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김대중 정권은 외환 위기 이전 10년의 시민 및 개인적 자유 관행을 탈바꿈시켰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 맥락에서 ‘Love Your Body’ 캠페인을 진행했고 몸을 사랑하거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기르는 것은 뷰티 산업의 매혹적인 관행에 맞서는 필수 요소가 됐다. 한국여성민우회의 또 다른 안티 뷰티 슬로건인 ‘내 몸의 주인은 나’는 신자유주의의 자기 소유 논리에 의존하는데 이는 한국 여성을 자기관리 및 기업가 정신의 형태로 시장에 몰아넣는 신자유주의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군사정권 말부터 10년 후 외환 위기까지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개인의 권리에 큰 비중을 실었던 한국여성민우회는 여러 활동을 통해 우리 안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해방의 길로서 내면의 자아를 강조했고, 결국 이러한 자아 형성은 자기관리의 주체가 되는 한 방편으로서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을 관리 가능케 한다.

반면, 헤스터 베어(Hester Baer)는 디지털 페미니스트들이 “사회적 진보나 해방에 대한 담론에 참여하기보다 신자유주의적 정치의 개인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 언어, 상징을 찾는 과정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다.32 이러한 맥락에서 #탈코르셋에 힘을 실어 주는 건 고통이나 권리 침해에 대한 개별적 이야기가 선사하는 집단적 인식이다. 예를 들어, 숙명여자대학교 페미니스트 협회는 “메이크업은 나의 힘이 아니다. 꾸밀 수 있는 것이 권력이 아니라 꾸밀 필요가 없는 것이 권력이다”라고 아이라이너와 립스틱으로 작성한 선언문을 발표했다.33 그 후, 협회는 점점 더 많은 대학생들이 원피스와 치마 대신 바지를, 메이크업 대신 짧은 머리를 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34 따라서 우리는 해시태그 활동에서 페미니스트 딜레마에 대한 답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특정 형태의 자아 형성을 넘어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집단적 연대 공간의 가능성을 본다. 디지털 페미니즘은 “현대 사회 현실의 모순을 가시화하기 위해 위태로운 여성의 몸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호전적으로 페미니즘을 재구축”하고 있다35.

무엇보다 디지털 페미니즘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거리 시위와 더불어 강화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36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구축한 정치는 한데 연결된 여러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다른 디지털 및 현장 운동과 긴밀히 협업한다. #탈코르셋이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한 달 전, 수만 명의 여성들이 “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My Life Is Not Your Porn)”라는 피켓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이 시위는 2013년 이후 3만 건의 불법 촬영 사건이 신고 됐다는 한국 경찰청의 보고에서 촉발됐다.37 몰카 촬영은 화장실, 탈의실, 심지어 개인 주택에서도 벌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018년 8,000명을 고용해 매일 20,000개가 넘는 공공 화장실을 점검했다.38 2016년 한국 ‘미투(#MeToo)’ 운동이 몇몇 저명한 영화 감독의 성희롱 행태를 적시하면서 발발한 몰카 반대 시위는 이듬해 국제적인 명성의 김기덕 감독이 배우를 구타하고 정사 신을 강요한 죄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더 많은 이목을 끌었다.39

표면적인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성폭력을 다른 젠더의 신체적 폭력과 연결시키고 있다. 2016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에 많은 젊은 여성들이 분개했다. 23세의 여성 피해자를 찔러 죽인 남성 식당 직원은 “여자들이 항상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40라고 진술했다. 배리나는 “모든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며 특히 살인 사건이 일어난 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고 말한다.41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메이크업 영상이 야기할 수 있는 폭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화장을 하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소녀들의 동영상 댓글은 메이크업 튜토리얼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재고하게 만들었다.42

전 세계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여전히 해답을 찾고 있다. 그들이 어떤 조치를 촉구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현명히 사용하는 양상은 현재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집단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탈코르셋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코르셋’을 확대해 젊은 여성의 애교와 여성화된 언어 습관까지 포함시켰다.43 이런 식으로 #탈코르셋의 반란, 그와 일맥상통하는 대규모 페미니스트 운동은 전 세계 디지털 페미니스트 저항과 함께 지속되고 있다. 동사, 명사, 명령으로서의 ‘탈피(escape)’라는 단어의 본질은 실질적 행동을 촉구할 수 있다. 초반에는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 전국적인 파업을 요구했고, 미용 및 패션 산업과의 적극적인 거리두기를 목표로 소비를 자제했다.44 이어 열린 2018년 6월 혜화역 집회에는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하는 시민 22,000명이 참여했다.45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이수역에서 한 여성이 머리카락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한 남성에게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탈코르셋 페미니스트들은 피해자를 위한 정의를 요구하는 청원서의 공동 서명인을 단 하루만에 30만 건 모아 청와대에 제출했다.46 디지털 페미니즘은 “과정 기반형 정치 활동”이다. 이는 우리가 온/오프라인에서 그리고 국내/외 맥락에서 대두되는 정체성의 교차적 요소와 씨름할 때 여성주의 운동을 면면히 재고하도록 하며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 걸쳐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47 #탈코르셋이 한국의 뷰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서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새로운 탈피 경로와 정치적 가능성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1Sophie Jeong, “How South Koreans Are Pushing Back against Beauty Standards – CNN Style” CNN Seoul, January 11, 2019, https://www.cnn.com/style/article/south-korea-escape-the-corset-intl/index.html.

2Anthony Kuhn, “South Korean Women ‘Escape The Corset’ And Reject Their Country’s Beauty Ideals,” National Public Radio, May 6, 2019, https://www.npr.org/2019/05/06/703749983/south-korean-women-escape-the-corset-and-reject-their-countrys-beauty-ideals.

3Steve Glain, “Urge to ‘Go Anglo’ Sends Korean Scurrying to the Cosmetic Surgeon,” Asian Wall Street Journal, November 24, 1993.

4이 운동은 ‘탈코르셋’의 준말인 ‘탈코’라는 약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5Sarah Jackson, Moya Bailey, and Brooke Foucault Welles, eds., #HashtagActivism: Networks of Race and Gender Justice (Cambridge, MA: MIT Press, 2020) xxx.

6“미군은 식량 외에도 다양한 것을 제공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무료 재건수술과 성형 수술을 제공하는 PR프로그램, 즉 쌍꺼풀 수술 등이 포함됐다.”Nadia Kim, Imperial Citizens: Koreans and Race from Seoul to LA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8), 53. 미군의 통조림 고기 선물에 힘입어 스팸(SPAM)은 한국 식단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렇듯 군(軍)의 영향으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스팸이 식탁에 오르게 된 경위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Robert Ku, Dubious Gastronomy: The Cultural Politics of Eating Asian in the USA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3).

7D. Ralph Millard, Jr., “Oriental Peregrinations,”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16 (1955): 333. 다음 자료에서 인용. David Palumbo-Liu, Asian/American: Historical Crossings of a Racial Frontier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9), 100.

8랄프 밀라드, 위의 책, 101.

9Jesook Song, “Family Breakdown and Invisible Homeless Women: Neoliberal Governance During the Asian Debt Crisis in South Korea, 1997–2001,” Positions 14, no. 1 (2006): 40–42.

10Choe Sang-Hun, “As Families Change, Korea’s Elderly Are Turning to Suicide,” New York Times, February 16, 2013, http://www.nytimes.com/2013/02/17/world/asia/in-korea-changes-in-society-and-family-dynamics-drive-rise-in-elderly-suicides.html.

11한국의 ‘블라인드 채용법’은 면접에서 가족에 대한 질문부터 외모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개인적인 질문을 금지한다. 이력서에 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외모는 채용 과정과 무관한 것으로 분류된다. Kelly Kasulis, “South Korea’s New ‘Blind Hiring’ Law Bans Personal Interview Questions,” The World, July 23, 2019, https://www.pri.org/stories/2019-07-23/south-koreas-new-blind-hiring-law-bans-personal-interview-questions.

12한국인들이 연간 영어 교육에 쏟아 붓는 비용은 연간 178억 달러에 달한다. Joohee Cho, “English Is the Golden Tongue for S. Koreans,” Washington Post, July 2, 2007,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7/07/01/AR2007070101259.html.

13Cho Joo-Hyun, “Neoliberal Governmentality at Work: Post-IMF Korean Society and the Construction of Neoliberal Women,” Korea Journal 49, no. 3 (Fall 2009): 37.

14김상희, 「[마이너리티의 소리] 성형수술 부추기는 사회」,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174766.

152013년 한국여성민우회는 〈이야기하자, 압구정역 4번 출구〉 포럼을 개최했다. 서울 성형외과 중 거의 절반이 강남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압구정 지하철역, 더 구체적으로는 4번 출구로 나가면 찾아볼 수 있다. 이 포럼에는 여성 운동가 외에도 의사, 교수, TV 감독, 변호사 등으로 이루어진 패널이 참가했으며, 의회 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16Dal Yong Jin, “Hallyu 2.0,” International Institute Journal 2, no. 1 (Fall 2012): 3.

17Mintel Press, “A Bright Future,” April 4, 2017, https://www.mintel.com/press-centre/beauty-and-personal-care/a-bright-future-south-korea-ranks-among-the-top-10-beauty-markets-globally.

182012년 하반기에 발표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400만 건 이상의 ‘좋아요’와 15억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가장 인기있는 유튜브 동영상’ 부문 세계 기록을 세웠다. 2014년 〈강남스타일〉은 조회 수가 2,147,483,647건을 돌파하자 유튜브 측은 32비트에서 64비트로 카운터를 재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싸이는 또한 2014년 〈강남스타일〉 후속곡인 〈젠틀맨〉으로 하루 최다 조회 수(3,800만 건) 및 전체 최다 조회 수를 기록했다. CBC News, “PSY’s Gangnam Style breaks the limit of YouTube’s Video Counter,” December 4, 2014, http://www.cbc.ca/news/arts/PSY-s-gangnam-style-breaks-the-limit-of-youtube-s-video-counter-1.2860186.

19배리나,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유튜브 비디오(2018년 6월4일), https://www.youtube.com/watch?v=Zq51xKG-hyU.

20배리나.

21배리나.

22홍상지, 최규진, “‘시선의 구속 벗겠다’ 탈코르셋 운동’ … 상의 탈의 시위까지”, 중앙일보(2018년 6월 4일), https://news.joins.com/article/22682738.

23“많은 여성들이 집 앞 슈퍼에 나갈 때조차 맨얼굴을 드러내기 싫어 가리고 나가거나 조금의 화장이라도 하고 나간다. 특히 직장에서 여성이 외모 가꾸기에 소홀하고 맨얼굴로 출근하면 동료들이 ‘너 정말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파 보인다’, ‘화장은 예의다’라고 평할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싫어도 베이스, 눈썹, 립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뻑뻑함을 참으면서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장에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 배리나,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24배리나.

25배리나.

26아무 생각(@blank_apple), 트위터(2018년 5월 11일), https://twitter.com/blank_apple/status/994994822233571328.

27실천하는 보지(@FV6DOQQbnem3OmB), 트위터(2018년 8월 11일), https://twitter.com/FV6DOQQbnem3OmB/status/1028229646989451264.

28한국여자 Korean Womyn, 유튜브.”

29Professor A.K.Gill CBE ✒?✊?(@DrAishaKGill), 트위터(2018년 12월 31일), https://twitter.com/DrAishaKGill/status/1079676029172621313.

30헤스터 배어에 따르면,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여성과 소수자 사이에서 증폭된 위기감은 최근 몇 년간 급증한 초국가적 페미니스트 운동의 한 가지 요인이다.” Hester Baer, “Redoing Feminism: Digital Activism, Body Politics, and Neoliberalism,” Feminist Media Studies 16, no. 1 (2016): 17–34, here 22.

31Jesook Song, “Between Flexible Life and Flexible Labor,” Critique of Anthropology 29, no. 2 (Summer 2009): 144.

32Baer, “Redoing Feminism,” 30.

33숙명여대 중앙여성학동아리 SFA(@Sookmyung_SFA), 트위터(2018년 11월 19일), https://twitter.com/Sookmyung_SFA/status/1064433125462171648.

34Jeong, “How South Koreans Are Pushing Back against Beauty Standards – CNN Style.”

35Baer, “Redoing Feminism,” 30.

36Baer, 22.

37Tiffany May and Su-Hyun Lee, “Is There a Spy Camera in That Bathroom?” New York Times, September 3, 2018, https://www.nytimes.com/2018/09/03/world/asia/korea-toilet-camera.html.

38May and Lee.

39Soo Ryon Yoon, “Mapping the Stage Differently,” GenderIt.org, October 25, 2019, https://genderit.org/articles/mapping-stage-differently-theatre-metoo-movement-and-internet-culture-south-korea.

40임주언, 조민아, 강경루, “탈 코르셋 운동’의 확산, 1020 여성 넘어 전 세대로, 국민일보USA (2018년 6월 22일), http://www.kukminusa.com/news/view.php?gisa_id=0923969491.

41Jeong, “How South Koreans Are Pushing Back against Beauty Standards – CNN Style.”

42Alexandra Stevenson, “South Korea Loves Plastic Surgery and Makeup. Some Women Want to Change That,” New York Times, November 23, 2018, https://www.nytimes.com/2018/11/23/business/south-korea-makeup-plastic-surgery-free-the-corset.html.

43혼삶비결 SOLOdarity, “그거 “예의” 아닙니다. 모든 여자들이 버려야 할 언어습관”, 2019년 8월 24일, https://www.youtube.com/watch?v=PjM-N2IFXpg.

44Jeong, “How South Koreans Are Pushing Back against Beauty Standards – CNN Style.”

45이재은, “‘내 얼굴 부정했었다’…거세지는 ‘탈코르셋 운동’”, 뉴스줌(2018년 11월 6일), https://news.zum.com/articles/45657334.

46이민경,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한겨레출판, 2019) 242.

47Baer, “Redoing Feminism: Digital Activism, Body Politics, and Neoliberalism,” 30.

BIO

이혜진(S. Heijin Lee)은 현재 뉴욕대학교 사회문화분석학 조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녀의 연구는 문화 및 미디어의 제국적 경로를 탐색한다. 『아시아의 패션과 뷰티(Fashion and Beauty in the Time of Asia』(NYU Press, 2019), 『팝 제국: 인도와 한국의 초국가적, 디아스포라 흐름(Pop Empires: Transnational and Diasporic Flows of India and Korea)』(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9) 등을 공동 편집했으며, 한국의 대중문화와 성형 수술 풍토가 교차하는 지점들을 이어 매핑한 저서 『뷰티의 지리정치학(The Geopolitics of Beauty)』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코드 스위치(Code Swatch)〉,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의 〈K-팝 101(K-Pop 101)〉 등에 출연했으며, 케이콘(KCON: Korea Convention)에서 뷰티, 팝, 권력에 관해 논한 바 있다.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