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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물의 사후세계와 행복에 관해

By 갈라 포라스-킴

많은 경우 사체와 유골은 다시 발굴돼 당사자의 사망 전 의사와 무관한 특정 사후세계로 소환되기 다반사이며, 이후 제도나 기관은 이를 사물로 다룬다. 사후세계, 그리고 죽은 자의 통과의례는 박물관의 제반 업무와 어떤 지점에서 맞닿아 있을까? 미술가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이 두 공동 예술감독과 함께 광주를 방문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번 비엔날레가 커미션한 그녀의 신작은 국립광주박물관이 시신의 유해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본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유해를 사물이 아니라 그 인격을 인정해야 할 사람으로 간주한다. 포라스-킴은 미술가가 취하는 탐색적이고 영적인 리서치의 방향에 관해 논하고, 또한 전 세계의 박물관이 인식을 바꾸어야 할 이유를 이야기한다.

광주 신창동 유적 인골(人骨), 신창 43, 기원전 1세기경, 163cm © 국립광주박물관

데프네 아야스, 나타샤 진발라(Defne Ayas, Natasha Ginwala, 이하 ‘DA/NG’): 박물관의 활동 환경 안에서 고인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려면 얼만큼 추적해 낼 수 있는가? 한국의 수장고와 매장터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 이하 ‘GPK’): 전통이 유지되고 기록되는 한 고인의 사회적, 경제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역사적인 기록에 의해 제한될 뿐이다. 하지만 다른 접근 방식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우선 구체적이고 제도화된 방법론을 따르는 텍스트 및 박물관을 경유하는 공식적인 경로가 있다. 다른 한편, 가족의 전통이나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고인의 배경을 추적하는 방법은 살아있는 사람과 물리적인 사물에 의존한다. 이 사람들이 “강을 건너갔다(to the other side)”면 영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샤먼을 통할 수도 있고, 전생 여행이나 다른 종류의 탐구를 시도할 수도 있다.

나는 기관이 몸을 사유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접근 방식에 문화적 차이가 있다. 박물관의 관계자가 소장품인 유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당사자의 생전 소원을 고려할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는 조상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사후세계에 대한 한국의 사고 방식을 조사하고 싶었다. 샤머니즘적 실천이 어떻게 사후세계와 연결돼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관점이 박물관 소장품인 오래된 시신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탐구하고 싶었다.

DA/NG: 소유권, 자기소유, 영적 존재에 대한 권리 등 많은 이슈가 걸려 있을 것 같다.

GPK: 그렇다. 이 이슈들을 서로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지는데, 자신의 신체, 그리고 이에 관련해 이런 저런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미국의 경우 생명의 정의,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재생산 권리 논쟁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자기결정권을 옹호하는 논거는 사후세계에 대한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 죽음 이후에 신체라는 물리적인 틀에서 분리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죽고 나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히려 영적 존재가 온전히 드러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서 손해 볼 것도 없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영적인 존재가 드러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다.

DA/NG: 우리, 즉 살아있는 존재가 망자와 관련해 갖게 되는 또 다른 권리가 있을까?

GPK: 살아있는 동안에는 물리적인 몸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결정권을 누리는 경향이 있다. 재생산 권리와 태아를 둘러싼 규제에 대한 논의가 그 사례다. 『우리 몸, 우리 자신』(1970년 보스톤여성건강서공동체(Boston Women’s Health Collective)에서 초판 발행)을 다시 읽으면서 물리적 몸에 대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여러 논의와 규제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러한 질문은 이미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망자로까지 이미 대상의 범주가 넓어졌다. 그래서 종종 시체가 아니라 유물 취급을 받는 아주 오래된 망자의 몸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힌다. 현재와 근접한 사후세계는 의식에 대한 정의와 당사자가 바라던 바, 즉 살아있을 때 남긴 유언장, 재산, 가까운 친인척으로부터 해석해 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신임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시체가 너무 오래돼 당사자의 바람을 알 수 없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도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죽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문화, 정부, 법이 각각 다른 역할을 하며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이후에는 몸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 소유물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리적인 몸을 위해 만들어진 권리와 법을 초월해 의식에 대한 영적인 권리를 고려하려 한다. 후자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 내적 자아가 존재할 법한 방식을 다루는 통과의례, 논문, 문헌 등을 살펴보고 있다.

DA/NG: 죽은 자 혹은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 어려운 ‘언데드(undead)’의 권리에서 관건은 무엇인가?

GPK: 우리를 포함한 미래의 망자가 갖게 될 권리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투탕카멘은 근사한 내세를 위해 생전에 계획을 세우고, 많은 힘과 자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내세를 즐기다가 돌연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 만약 미래에 내가 발굴된다면, 그리고 내세라는 것이 있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례가 있기를 바란다. 현재의 몸으로 이 세상에 살고 있을 때 그 선례를 남겨서 이 다음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을 보살피도록 하는 것 말이다. 미래의 우리가 가질 바람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DA/NG: 본인이 추구하는 회복과 보상에 관해 더 설명해 줄 수 있는지.

GPK: 유물을 관리하는 관계자가 각각의 뉘앙스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대체로 소장품이 된 사물들, 즉 의례에 사용된 물품, 영혼에게 바친 제물, 내세를 위한 사물 등은 만료되지 않는 기능을 갖고 있다. 내세는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물건은 다른 것들과 구별된다. 산 자가 이러한 사물에 대해 갖는 결정권이 현재에는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물의 본래 기능이나 망자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이를 보살피는 한 방식이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마야의 비의 신 ‘차크(Chaac)’를 대변해 치첸이차(Chichen Itza)의 ‘신성한 우물(Sacred Cenote)’에 속했던 제사 제물을 반환하라고 요청하는 소송이다. 근대적 법을 토대로 이 물건이 발굴돼 현재 하버드 대학교의 피바디 고고민속 박물관(Peabody Museum of Archaeology and Ethnology)에 보관돼 있다. 차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의 제물은 허락도 없이, 성스러운 장소의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본래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재산법을 이용해서 연못으로, 합당한 주인에게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 차크는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 보유 중인 기관이 물에 담가 보관하라고 요청하는 절충안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물의 다층적인 기능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치첸이차의 ‘신성한 우물’, Photo by Anagoria, Wikimedia,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2014-01-03_Chichén_Itzá,_Cenote_Sagrado_02_anagoria.JPG

DA/NG: 망자의 욕망을 고려하면서 미술가로서 결정권을 행사해 제도적 경계를 확장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행정적 절차, 보존 원칙, 박물관의 법적 책임 사이에 발생하는 교차점을 어떻게 목도했는지 궁금하다.

GPK: 소장품이 구축, 유지되고 틀을 갖추는 과정에서 온갖 권력 구조와 동기가 드러난다. 이는 기관의 임무 의도와 종종 충돌하는 점이다. 내가 던지는 질문의 맥락,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이러한 개입은 이미 있어왔다. 나는 단지 이를 발견하고자 할 뿐이다. 종종 기관이 표방하는 의도와 소장품을 돌본다는 개념이 이 사물이 만들어지고 기능하는 물리적, 개념적 틀과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작품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대중을 위해 맥락화 하고자 하는 기관의 의도에 반해 그것이 본래 부식되도록 만들어진 경우 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그 사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의 의도가 무엇이든 현재의 동기나 이해가 사물이 과거에 누린 삶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대화하기 위해 몇몇 큐레이터와 함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파울러 박물관(Fowler Museum)의 소장품을 다루면서 기록물, 물리적인 공간, 사물이 얼마나 유지돼야 하는지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주립미술관(LACMA)에서는 기관과 소장자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사물의 전시 방식에 주는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다른 프로젝트의 경우 소장된 작품에 대해 누가 결정권을 갖는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의 소장품 중 작가가 살아있는 경우 소장품의 물리적, 개념적 형태에 대한 결정권을 여전히 행사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사물이 부패한다는 불가피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재료를 교체하거나 작품의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할까?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가 변심할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술관 관계자는 사물의 물리적, 개념적 온전함을 최대한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각 분과의 방법론 안에서 동기와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교차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복원 관리자는 부패하도록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고 할 것이고, 행정가와 큐레이터는 특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사물을 분류함으로써 그 본래 기능을 배반할 수도 있으며, 법적인 정책은 사물이 오늘날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타적인 층위를 더한다. 나는 사물을 살아있는 것으로 보고자 한다. 사물은 본래 삶에서 살아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것이 매장되면 그 관계는 정지한다. 그리고 지금은 동시대적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얻는다. 그렇다면 그 사물은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언어를 마음에 들어할까? 그렇지 않다면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가고 박물관이 무너져서 그 존재의 더 나은 시기로 이행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DA/NG: 박물관은 기관의 보호막 너머에 살아있는 기억이나 능동적인 목적을 지닌 문화적 사물의 행복 혹은 정동적 실체(affective substance)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박물관은 어떻게 소장품이 지닌 복수의 삶을 다른 존재론과 가치체계의 관점에서 인정할 수 있을까?

GPK: 박물관이 사물의 여러 기능 중에 시각 예술 운동, 역사적 시대 등을 증거하는 역할을 우선시 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로 인해 사물의 문화적 존엄을 희생시키고 만다. 제의적 사물은 일반적인 유물과는 다른 역할을 한다. 매장지의 사물, 특히 인간의 유해는 개인의 내세에 크나큰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방해할 권한이 우리에게 있을까? 박물관은 유물의 교수법상 역할과 그 제의적 목적 사이에서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박물관은 사물의 제의적 기능을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이를 사물을 보존하고자 하는 충동보다 우선시 해야 한다. 워싱턴 소재의 아메리카 인디언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에는 밥을 먹여야 하는 신성한 유물이 있다고 들었다. 기관에는 이 유물에 이따금 옥수수를 먹이는 업무를 맡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로써 기관은 제의적 목적을 존중하고, 이를 제도적 방법론이나 보존의 관행보다 우선시 한다. 파울러 박물관에는 통바(Tongva)의 유해가 있는데, 북미 원주민 공동체가 방문해서 선조에게 예를 갖추는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고 한다. 이때 일시적으로 박물관의 역할이 바뀌는 셈이다. 이로써 사물은 자신이 머무는 건물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기관은 더욱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다.

BIO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1984년 콜롬비아 보고타 출생,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 및 활동)은 언어와 역사의 묘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을 탐색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진행한다. 연구 중심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언어학, 사학, 보존 분야에서 어떻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리, 언어, 역사 같은 무형의 대상이 다뤄지는지를 탐구한다. 포라스-킴은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Cal Arts)에서 미술학 석사학위(MFA),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에서 라틴아메리카 연구로 석사학위(MA)를 취득했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사사리토의 헤드랜드 아트센터(Headland Center for the Arts), 2017년 멕시코 시티의 라보어(LABOR), 로스앤젤레스의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Commonwealth and Council)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우랄 인더스트리얼 비엔날레(Ural Industrial Biennial, 2019), 휘트티 비엔날레(Whitney Biennial, 2019), 서울시립미술관(2017), 로스앤젤레스 주립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2017),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 로스앤젤레스, 2016)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7년 아르타디아 상(Artadia Award), 레마 호트 만 재단(Rema Hort Mann Foundation) 후원, 2016년 미첼 재단(Mitchell Foundation) 후원, 2015년 크리에이티브 캐피탈(Creative Capital) 후원, 티파니 재단 상(Tiffany Foundation Award), 2013년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재단 펠로우쉽(California Community Foundation Fellowship) 등을 수상했다. 2019년 현재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래드클리프 인스티튜트(Radcliffe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