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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계층을 가로지르는 냄새 피우기

By 시셀 톨라스

저명한 화학자이자 언어학자, 미술가인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는 냄새와 커뮤니케이션/언어를 연구하는 ‘스멜 리_서치랩 베를린(SMELL RE_searchLab Berlin)’을 설립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천 가지 조향 데이터를 매핑해왔다. 우리는 다양한 감각에 기반해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이슈를 다루는 그녀의 연구에 큰 존경을 표합니다. 작가는 오래도록 진행해 온 연구, 경험을 토대로 특유의 후각 지식을 구축해왔으며, 이러한 작가의 방법론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톨라스는 계층 간의 간극을 그린 스릴러 영화 〈기생충〉(2019)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에게 인터뷰차 9개의 질문을 작성했으며, 이번 저널을 통해 이를 공개한다. 본 영화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계층 분열을 반영하는 표식이자 정서적 지능의 한 형태로서 후각을 비중 있게 다뤘다. 봉준호 감독의 일정상 여러 제약으로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받을 수 없었지만 편집팀은 작가의 질문을 이번 9월호에 대중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의 한 장면. Courtesy of Neon / CJ Entertainment

시셀 톨라스(이하 ‘ST’): 영화 〈기생충〉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바로 냄새다. 냄새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부분이다. 사회 계층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냄새라는 요소를 활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봉준호(이하 ‘BJ’):

ST: 사람들이 냄새를 더욱 더 민감하게 의식할 경우 이러한 현상이 기존의 사회 질서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BJ:

ST: 후각의 급진적인 내부성, 여느 경계를 넘나드는 성향, 그리고 정서를 자극하는 영향력 등과 같은 성질이 추상적이고 비인격적인 근대성의 체제를 위협하기 때문에 후각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냄새는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유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특성들이 후각적 요소를 본 영화에 활용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는가?
BJ:

ST: 현대 사회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거리를 두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사회 구조와 분열의 양상을 감정적인 것과 반대되는 객관성과 이성으로 이해하라고 장려한다. 냄새가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BJ:

ST: 냄새와 관련된 관례, 규범 등은 반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사회의 계급 구조를 계속해서 강화하곤 한다. 반면 인간의 감각 중 가장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시각은 근대 사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앞으로 미래에는 영화 제작 과정에 모든 감각을 포함한,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덜 지배적이고, 더욱 체화된, 미묘한 감각 지능을 복합적으로 포함한 스토리텔링이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보는가?
BJ:

ST: 시각적 경험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일반적으로 후각적 판단은 하찮거나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고 여겨질 위험성이 있다. 영화 〈기생충〉과 관객의 반응이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BJ:

ST: 본 영화는 누가 숙주인지, 누가 기생충인지 관객을 의아하게 만든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죄 지은 사람과 무고한 사람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이런 효과를 창출하는 데 냄새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그랬다고 생각하는가? 또 왜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BJ:

ST: 영화 속 두 가족이 사는 집의 건축과 인테리어는 두 가족이 사는 세상을 대조시키면서 이야기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생충〉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러한 특성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여러 감각의 역할이 이러한 공간적 배경에 어떻게 투입됐는지 설명을 부탁하고 싶다.
BJ:

ST: 스토리텔링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실제 냄새를 사용해 볼 의향이 있는가? 영화를 감상하면서 맡을 수 있는 냄새를 직접 활용한다면 영화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보강될 수 있을까?
BJ:

BIO

시셀 톨라스 (1963년 노르웨이 스타방예르 출생,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 및 활동)는 미술가이자 연구가, 그리고 이론가로서 세상의 다양한 공동체를 탐구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냄새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톨라스는 노르웨이, 폴란드, 러시아, 영국에서 수학, 화학, 언어학, 시각 예술 등을 공부했다. 그녀는 1990년대에 냄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대도시, 산업, 자연 경관을 가로지르는 문화적 행동, 경제 발전, 사회적 기억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의 특성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향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해 왔다. 작가는 자신의 화학적 지식을 지각적 맵핑(sentient mappings), 워크숍, 대규모 설치미술과 연결시키면서 오래된 코트, 쓰레기 더미, 난민 수용소, 원주민 조상들의 장소 등에서 냄새 분자를 식별해 왔다. 2004년에는 기관, 교육 및 개별 고객을 위해 냄새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연구, 개발, 실행하기 위한 작업 공간인 스멜 리_서치랩(SMELL RE_searchLab)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