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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팬데믹 시대, 한국 개신교 ‘망해야’ 산다

By 유연희

망할 것이 망하는 것, 그리고 망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성서적이다. 성서 속 예언자 에스겔은 조국이 멸망(기원전 587)하자 바빌로니아로 강제 이주했다. 그는 정결하지 않은 종교, 지도층의 죄, 사제들의 죄, 사회 불의 때문에 나라가 심판을 받았다고 역설했다. 에스겔은 철저한 심판 후에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정결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런 후에야 마른 뼈처럼 완전히 망하고 죽었던 이스라엘에 뼈가 서로 붙고 생기가 들어 소생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반동성애 개신교 집단의 집회 현장. 촬영: 루인, 사진 제공: 퀴어락

코로나19(COVID-19)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개신교도 예외가 아니다. 혐오의 종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려면 이제까지의 모든교회하기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이웃 종교들은 과감히 품을 넓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敎宗)은 여성 부제 탄생이 가능하다며 서품 문제를 다루는 공식 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1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 “나는 동성애자 커플을 보호할 장치로서 시민결합법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2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근래 한 개신교인의 사찰 방화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해 개신교 측에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길 바라고 재발을 방지하라 당부하며, 우리 사회가나이, 성별, 지역,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증오를 키우고있으니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3

차별금지법은 당장 제정돼야 한다.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장려해 온 한국 교회가 도리어 차별받고 혐오의 대상이 됐다. 자업자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가 차별금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종교를 혐오의 종교로 바꾼 죄, 어떻게 해야, 무엇을 해야 다 갚을 수 있을까. 개신교는 오직 철저한 회개 속에서 사랑의 실천만을 묵묵히 수행할 때 신뢰받는 종교, 쓸모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신생 그리스도교의 입례문이었던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종도 자유인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 하나입니다”(갈라디아서 3:28)가 오늘날 한국에서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주민도 이주민도, 기독교인도 무슬림도,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 하나입니다를 뜻함이 곧 분명해지기 바란다.

 

한국 교회의 성취, 두통거리로의 전락

개신교에 대해 좀 희망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만 철퇴를 맞아야 할 부분에 대해 더 언급해야 할 듯하다. 보수주의란 전통, 계급주의, 권위의 지속성을 추구한다. 개신교 우파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요새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그러잖아도 세상이 변하고 기득권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한국 사회에 새로운 얼굴이 자꾸 출현해 목소리를 내니 말이다. 이들은 이렇게 혀끝을 찬다. “여자들, 성소수자들, 이주자와 난민, 무슬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데 인권, 평등권을 운운하다니.”

아빠, 뉴스 봤어? 한국 교회 망했어!” 타지에서 안식월을 보내고 집에 들어서는 한 목사에게 딸이 던진 첫 마디였다. 2020년 여름, 개신교 극우를 대표하는 전광훈 목사와 그 지지자들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8.15 집회를 강행했다.4 이후 개신교에 대한 여론의 냉소와 분노가 몹시 높아졌다. 흔히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부르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개독’, ‘혐오의 종교라고. 어쩌다 이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 분명 소수의 탈법적 목회자, 극우 기독교인들이 전체를 과잉 대표할 수 없지만 거기서 큰 소리가 나오다보니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며 개신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제2의 종교개혁이라 부를 만한 변혁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 팬데믹 시대에 개신교가 망할 것이라면 망해야 한다. 그래야만 예수를 따르는 종교라는 신뢰를 회복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종교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다. 개신교는 문제적 현주소를 인정하고 한국 사회에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새롭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재벌 기업 못지않게 크게 성공한 단체는 개신교다. 개신교는 선교 초창기부터 교육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중산층과 상류층에 속하는 기독교인의 비율이 더 높다. 지난 20년간 국회의원의 31–41%가 개신교인이었고, 서울 동남권 4(강남, 서초, 송파, 강동)에 거주하는 개신교인 비율은 32.8%로 전국 평균(19.7%) 1.6배에 이른다.5 역사적 배경을 들여다보자면, 해방 후 개신교는 미군정 덕분에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미군정은 남한에 기독교 반공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하고자 월남한 개신교 엘리트들을 지원했다. 미군정은 남한 내 일본의 천리교 재산과 신사 자리를 개신교 학교와 교회에 제공하며 중요한 물질 기반을 제공했다. 1940년대 개신교 인구는 남한 전체 인구 중 1%에 불과했지만 미군정 하 처장의 46%, 이승만 정권 하 내각의 42%를 개신교인이 차지했던 것을 보면 개신교가 해방 후 남한에서 특권적 우위를 점했다는 사실이 자명하다.6 서구 개신교 교단과 선교사의 활동으로 인해 개신교인은 다른 집단보다 근대적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았고 유학을 다녀와 이내 사회의 지배층이 됐다. 오늘날 개신교인은 한국 사회의 각종 부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신교는 인원과 물질 면에서 막강한 힘을 갖게 된 반면, 여러 이유로 지난 몇십 년 간 비판을 받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두통거리로 전락했다. 이 비판은 주로 대형교회, 초대형교회를 겨냥하고 있고 전체 교회 중 절반이 50명 이하의 작고 가난한 교회이지만, 대부분의 교회가 큰 교회처럼 되기를 열망하고 유사한 기본 신학과 방향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전체 개신교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상담해 온교회의 문제에 따르면 1–4위가 모두 담임목사에 관한 사항이고, 구체적으로는 재정 비리, 독단적 운영, 교회 세습, 성폭력 문제 등이다. 이러한 목사들은 일반 언론 매체에도 종종 보도돼 개신교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는 1천여 명의 목회자와 교인에게개신교의 개혁과제를 물었는데, 1위가세속화와 물질주의였고목회자의 자질부족 및 사리사욕’, ‘교회의 양적팽창’, ‘개별교회 중심주의가 그 뒤를 이었다.7 반드시 모두 망해야 할 부분이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반동성애 개신교 집단이 설치한 부스 전경. 촬영: 루인, 사진 제공: 퀴어락

반대와 혐오로 연대한 극우 개신교

최근 개신교 우파는 기존의 반공주의에 더해 반페미니즘, 반동성애, 반이주민, 반난민, 반이슬람 등 다양한 반대 운동으로 교회 안팎에서 목소리를 높여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일명 ‘교회 카톡방’, 개신교 관련 신문, 웹사이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활동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상황만큼이나 신천지와 극우 개신교인의 활동이 일반인과 교인들에게 크게 대두된 적이 없었을 테다. 전광훈 목사와 그의 지지자들이 보인 양태는 2020년 봄에 벌어진 신천지 상황과 너무도 비슷했다. 대구에서 개신교 사이비 집단인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을 때, 신천지는 교인 명단을 거짓으로 제공하는 등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 전광훈 목사 집단도 집회 및 명단과 관련해 많은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당초 100명 규모의 집회로 신고했고 집회 참석을 독려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뒤에서 조직적으로 연락해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고 조사 대상 명단을 누락 및 은폐해 제출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극우적 입장보다도 거짓말에 더욱 실망했다. 전광훈 목사가 회장을 역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는 개신교 교회의 18%가 속해 있다. 이 집단은 신천지를 이단으로 여기지만 양측 모두 신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보수 및 우파 동지다.

개신교 우파는 한국 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이들의 이념과 보수 신앙은 반지성적으로 결합돼 있다.8 해방 및 6.25 전쟁 시기에 개신교와 사회주의는 갈등을 빚었고, 서북청년단(미군정 당시 영락교회 월남 청년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반공 단체)을 비롯한 월남자들의 이념적 학살이 남과 북에서 자행됐다. 남한에 군부가 형성될 때 중요한 세력은 일본군 출신과 서북청년단 출신이었고, 국방경비사관학교(현 육군사관학교) 5기생 중 3분의 2가 서북 개신교인 출신일 정도였다. 이들은 후에 박정희 쿠데타의 주역이 됐으니 정계, 정보기관 등에서도 개신교인이 다수를 차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남한에서는 군사 쿠데타와 독재가 이어졌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념 갈등은 국민을 통제하기 좋은 도구였다. 1980년대까지 남북의 ‘통일’만 언급해도 ‘빨갱이’로 내몰렸다. 또한 개신교 우파의 반지성적인 측면은 남한 사회의 압축된 경제 발전과 급격한 사회 변화와도 관련돼 있다. 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해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피폐한 삶 속에서 건강, 돈, 영혼의 ‘삼박자 구원’과 함께 신비주의 ‘치유 집회(부흥회)’를 제공하는 교회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신교 기저의 이념과 신앙에는 반공주의, 물질주의, 보수주의, 반지성주의 등이 자리를 잡았다.

이와 같이 탐탁지 않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성장해 온 보수 개신교가 근래 난민 문제에 관해 취한 태도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2018년 초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출신 피난민 5백여 명을 수용할지에 대한 여부로 여론이 대립했다.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변해 온 한국교회언론회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살상과 테러는 무슬림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논평을 냈다.9 당시 이처럼 폭력적인 가짜뉴스가 대량 살포돼 이슬람 혐오를 확산시켰다.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고 피해자 절반이 아동이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 높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의 혐오 유발 웹사이트에 실린 가짜뉴스였고 이를 수입해서 전파한 이들은 극우 개신교 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이었다.10 그 해 말에 예멘 난민 중 단 두 명만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4.1%로 무척 인색하게도 전 세계 평균 24.1%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11

그렇다면 늘 함께 살아온 ‘하늘의 절반’인 여성들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최근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반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상 모든 개신교 교회가 오랜 세월 동안 여성 억압을 실천해 왔다. 한국 교회의 빠른 성장 뒤에는 여성의 헌금과 봉사가 상당했지만 여성은 장로까지 ‘진급’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에 진배없다. 내가 전에 다녔던 교회도 장로 50여 명 중 여성 장로는 단 한 명이었다. 여성의 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일지라도 현실상 여성이 목회를 하기 매우 어렵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교단 총회의 여성 대의원은 감리교 14.28%,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9.09%,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1.13%에 불과했다.

여성 교인을 바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교회 내 여성 기관에서 활동했을 당시 느꼈던 바는 여성들이 목사들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지만 마치 가부장적인 자신의 아버지가 싫어도 가족이기에 인내하듯이 가족 같은 교회를 위해서 참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여성 교인은 참지 않고 있다. 개신교 신자는 지난 10년간 139만 명이 감소하며 해마다 줄고 있는데, 가장 보수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의 신자가 가장 많이 감소하고 있다.12 몇 년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조사에 의하면 여성은 교회 내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원치 않고, 남성보다 더 교회를 등졌는데, 각 교단의 통계 결과, 이전에 70∼80%에 달했던 여성 교인의 비율이 현재는 50∼60%에 불과하다. 13여성 혐오 기조를 유지한다면 지속 가능한 종교로 살아남을 수 없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을 재소환해 재확산시켰다. 반독재,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등을 거치며 여성운동은 등한시된 경향이 있는데 이제라도 더욱 전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2018년 여름 젊은 여성들은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편파 수사에 항의하며 시위했다. 여성이 자발적으로 여성 의제만 가지고 모인 가장 큰 시위였다. 7만여 명이 모인 이 시위는 비슷한 시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시위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그런데 극우 성향 일간베스트 웹사이트에서 들려오는 반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국 사회에서 남녀는 이미 평등하고 오히려 20–30대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러할까? 2018년 남성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66.6%에 그쳤으며 OECD 주요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도, 유리천장지수도 최하위였다. 어째서 역차별이란 말인가. 좌절하다 못해 자살하는 여성이 많아 큰 걱정이다. 30대 여성의 자살률은 이들의 어머니 세대보다 7배가 높다.14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여성은 3명 중 2명이 비정규직 및 시간제 노동자로 전락했다. 대학 진학률은 남성보다 8%나 높지만 여성의 학력과 능력이 노동 시장에서의 사회적 지위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젊은 여성의 자살율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로 2020년 3월 20대 여성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언론은 남성의 실업만 크게 조명했다. 여성의 실업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모인 모습. 촬영: 루인, 사진 제공: 퀴어락

반동성애, 교회의 대역죄

그럼에도 한국 사회나 개신교 우파의 ​여성 억압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여성을 대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는 사회, 여성을 하녀로만 쓰려는 종교에 무슨 미래가 있을까? 다만 근래 불붙은 여성운동 덕분에 여성을 적으로 삼는 어리석은 태도를 취한다면 어느 단체든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신교 우파도 이 점을 눈치 챈 것일까? 이들은 요즈음 반페미니즘 활동보다 다른 목표, 즉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2015년 감리교단을 시작으로 성공회 및 기장을 제외한 주요 개신교단들은 그 어떤 연구나 토론도 없이 총회에서 반동성애 입장을 통과시켰다. 구체적인 내용은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자는 목사 안수, 교회 취직이 불가하며 징계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결의의 배경에는 2007년부터 법무부가 입안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기 위해 개신교 보수 우파가 벌인 운동이 있다. 그 후 2013년까지 차별금지법을 입안할 때마다 ‘–학부모연합’, ‘–국민연합’, ‘–전국모임’과 같은 이름을 내건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명에서 ‘기독교’를 찾아볼 수 없지만 사실 많은 경우 기독교인의 모임이었다. 이들은 교회의 조직력을 동원해 국회의원 사무실에 항의성 팩스 및 전화 폭주, 교회에서의 반대 서명 및 시위 등 지자체의 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성평등조례 등을 저지하며 세력을 키웠다.15

최근 감리교단은 2020년 8월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한 이동환 목사에게 2년 정직 판결을 내렸다. 어처구니없게도 감리교단의 한 연회는 숱하게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를 감독으로 선출했는데, 여성 교인들이 시위를 이끌어 감독직을 막았을 뿐 범죄 행위에 대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다. 개신교 보수 우파의 각종 매체와 강연자는 반지성적인 반동성애 가짜뉴스를 전하기에 바쁘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국민일보』는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고 아웃팅하는 기사 제목을 달았고, 확진자의 나이, 직업, 근무 지역 등 개인 정보를 노출했다. 코로나19 방역과 무관한 성적 지향을 부각하고 확진자를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까지 공개한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였다. 이미 『국민일보』는 동성애 혐오를 표방해 왔고, 적합한 언론으로서의 수준이 의심스러운 반동성애 글을 연재해 왔다.

몇 해 전 서울 퀴어문화축제 다음 날 어떤 교회에서 한 청년이 겪은 일이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한 권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TV에서 퀴어문화축제 봤는데, 동성애자들 너무 역겹더라.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이 청년은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권사님, 그 동성애자가 옆에 앉아 있어요.’ 생명을 살려야 할 교회가 대역죄를 짓고 있다.

개신교가 제대로 망한다면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2020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88.5%가 ‘한국 사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1년 전보다 찬성 비율이 15.6%나 높아졌다. 개신교인도 그 90%에 달하는 국민의 일원이다. 2019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의하면, ‘동성애는 죄’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개신교인(58.4%)이 비개신교인(25%)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반면, 10명 중 4명은 그 주장에 ‘부정 및 의문’을 갖고 있다.16 또한 개신교인(59.7%)과 비개신교인(70%) 모두 ‘동성애자를 향한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회 보편의 인식’을 1순위로 꼽았다. 개신교인은 교단의 결정보다 성소수자를 향해 사회에서 변화하는 인식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단 총회의 대의원이나 교계 지도자들은 대체로 60대 남성이기 때문에 성소수자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 입장이 마치 개신교 전체의 절대적인 입장인양 과잉 대표됐을 뿐이다. 또한 개신교인들은 다른 종교의 신도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다. 지난 몇 번의 대선에서 진보 후보를 가장 많이 선택한 신앙인은 개신교인이었다. 예를 들어, 2017년 대선에서 개신교인은 문재인(39.3%), 홍준표(21.5%), 안철수(25.9%), 유승민(6.7%), 심상정(6.0%) 후보 순으로 투표했는데, 진보적인 정당 후보 둘을 합치면 45.3%에 이른다.17 2020년 연말의 한 조사에 의하면, 개신교인은 온라인 예배가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교회 출석 개념이 약화됐고 온라인 예배조차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보수 목사들이 그토록 통제하고 교회에 가두려고 했던 교인들은 팬데믹 환경에서 목사나 교회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방식과 생각을 스스로 하나둘 바꿔 나가고 있다.

1이은혜, 「프란치스코 교종 “여성 성직자 가능하다.”」, 『뉴스앤조이』(2016.05.13)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3415 (2020년 12월 20일 접속).

2신기섭, 교황, 동성커플 시민결합법 첫 공개지지. 『한겨례』(2020.10.22)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66903.html (2020년 12월 20일 접속).

3유영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추진에 대한 종교평화위원회 입장 발표」, 『불교일보』(2020.07.16) http://bulkyoilbo.maru.net/bbs/board.php?bo_table=bulkyonews&wr_id=15803 (2020년 12월 20일 접속).

4극우 성향의 단체 26개가 서울시에 집회 신고를 했고,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그러나 각 단체는 법원에 행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후 서울 행정법원은 일부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광화문에서 2개의 합법 시위가 진행됐다. 이들 집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5강인철, 「정치판의 부흥사가 된 한국 보수 개신교」,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2020.08.31)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40 (2020년 12월 20일 접속); 임선영, 「‘종교 있다’ 강남 58%, 은평 31% ···종교도 양극화?」(2017.04.24) https://news.joins.com/article/21508726 (2020년 12월 20일 접속).

6김진호, 『권력과 교회』 (창비, 2018), 151.

7이사야,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세속화와 물질주의」, 『국민일보』(2017.03.13)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325679 (2020년 12월 20일 접속).

8이 문단은 김진호, 『권력과 교회』(창비, 2018), 3장을 참조했다.

9이대웅, 「“국내 난민 급증, 유럽의 다문화정책 실패 교훈 삼아야”」, 『크리스천투데이』(2018.05.18)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12483 (2020년 12월 20일 접속).

10김완, 박준용, 변지민,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 『한겨례』(2018.09.27)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478.html (2020년 12월 20일 접속).

11동-감, 「20181214 법무부의 1214 제주예멘난민심사 결정발표에 대한 입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블로그』(2018.12.14) https://withgonggam.tistory.com/2198 (2020년 12월 20일 접속).

12최승현, 「교인 17만 명 빠졌는데…대책 없는 교단 총회」, 『뉴스앤조이』(2020.10.14),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1557 (2020년 12월 20일 접속).

13최영경, 「교회내 불평등한 性역할에 젊은 여성들이 떠나고 있다… 교회여성연합회 의식조사」, 『국민일보』(2012.10.28)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05&aid=0000530519 (2020년 12월 20일 접속); 참조. 박진경, “교회 여성혐오와 기독교교육적 과제,” 여성신학회 엮음, 『혐오와 여성신학』 (동연, 2018), 127-164.

14이경미, 「지난해 2030 여성 극단적 선택 부쩍 늘어」, 『한겨레』(2020.09.22)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63144.html (2020년 12월 20일 접속).

15동성애 반대운동이 ‘약화되어가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김나미, “한국 개신교 우파의 젠더화된 동성애 반대 운동,”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엮음, 『당신들의 신국』(돌베개, 2017), 263-314를 보라.

16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자료집』(대한기독교서회, 2020), 165-170.

17최승현, 「개신교인 투표 결과, 문 39.3% 홍 21.5% 안 25.9% 순으로 투표했다」, 『뉴스앤조이』(2017.05.10)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0798 (2020년 12월 20일 접속).

BIO

유연희는 뉴욕 유니온신학대학원에서 구약성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 연회의 ‘올리브브리지 및 삼손빌 연합감리교회(The Olivebridge and Samsonville United Methodist Churches)’에서 목회했고,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여성국이 아시아, 태평양에 파송한 지역선교사/컨설턴트로 일했다저서로 『아브라함과 리브가와 야곱의 하나님』(대한기독교서회, 2009)과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삼인, 2014)이 있다.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구약성서학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