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th Gwangju Biennale — Minds Rising Spirits Tu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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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

이갑철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해 현실과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현대 미술계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사진을 매개로 마음 깊이 내재된 무의식을 이끌어 내고, 한반도의 지형과 농촌, 민속 문화 등 작가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과 정신 그리고 사람의 정서적 근원을 그려 내고자 한다. 그는 하나의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해, 오랜 침묵의 시간을 거쳐 마음과 정신에서 이성을 배재한 감성의 순간적 무의식을 탐구한다.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13점의 흑백 사진은 한국 역사 속 끊임없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애환과 신명의 원형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 받는 〈충돌과 반동〉(1990‒2002) 시리즈에서 선별됐다. 영혼을 위로하는 제례 의식이나 농사를 위한 주술 의식, 불교 의식 안에서 그는 사진이라는 가장 시각적인 매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포착한다. 부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로 덮인 소 머리를 머리에 쓴 무녀의 얼굴, 전통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열반에 이른 스님의 엄숙한 장례 모습 안에서 우리는 어느새 눈이 인지하는 의식의 세계를 넘어 무의식의 세계에 다다르고,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지탱하는 유교, 불교, 도교적 사고와 원시적 샤머니즘의 에너지를 발견하게 된다. 원시 종교의 관점에서 삼라만상에 깃들어 있기도 하고, 세상을 떠돌기도 한다고 믿어지는 영혼들, 죽음과 한, 그리고 어디로 뻗어 나갈지 예측이 어려운 생동감 있는 기()가 그의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이 작업을 시작으로 작가는 2004년 연작 〈기()〉에 이르기까지 사진의 왜곡된 형태와 구도, 포커스, 흑백의 거친 입자를 통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드러냄으로써 사진 속에는 없지만 분명히 느낌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