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th Gwangju Biennale — Minds Rising Spirits Tu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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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즈데 일킨

가이아, 나는 누구죠? 나는 장소예요.
날개 달린 것들이 날지 않는 곳에 깃든,
뼈가 바스러지지 않는 곳에 깃든,
발톱 달린 것들이 긁지 않는 곳에 깃든 당신의 파편입니다.
또한 씨앗들의 깨어남을 여성의 통과 의례 가운데 목격한 여럿입니다.
나는 돌 뿌리에 맺힌 에메랄드이고 생강 속 섬유입니다.
세마 카이구수즈

괴즈데 일킨은 가정에서 사용된 섬유를 수집해 그것을 사회적 과정과 문화적 맥락에 대한 기억과 물질적 아카이브를 위한 도구로 전환한다. 자수, 회화, 콜라주, 천연염료, 시청각적 요소를 혼합해 작업하는 작가는 직물을 환상적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비전을 위한무대로 간주한다. 인간과 동물, 식물의 범주를 초월하는 그 환상적인 존재를 통해서 권력 관계, 젠더 태도, 도시 변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천장에 매달린 작품 〈뿌리가 말하는 사이 깊어지는 균열〉(2019–)은 작가의 지속적인 식물 지성과의 교감과 다른 종들이 공존하는 공생 형식에 대한 이해를 보여 준다.

프로젝트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프랑스 파리 동남쪽 교외 지역에 위치한 비트리쉬르센이라는 곳에서 식물의 덧없는 존재를 탐구하면서 시작됐다. 광주 최대 레저 문화 구역인 중외공원에 이식된 작가의 새로운 장소 반응적 작업은 무속 의식의 일부로 활용되는 식물의 치유와 변형의 힘에 주목한다. 이 나선형 설치 작업 옆에는 터키의 민족, 종교 동질화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잘 알려진 에코페미니즘 작가 세마 카이구수즈의 시가 함께 적혀 있다. 일킨과 카이구수즈는 공통적으로 민족과 종교의 계열로 정의되는 뿌리의 개념에 도전하며, 오히려 뿌리란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자연적, 상상적 유대라고 해석한다. 자연과 전원의 안식처, 아나톨리아와 메소포타미아 땅의 정치, 윤회 사상을 환기시키는 카이구수즈의 시에 함축돼 있는 정치적 차원이 일킨의 작업 속에 스며든다.

일킨과 그의 어머니가 직접 바느질하고 이어 붙여 만든 침구와 커튼, 식탁보에는 재료와 기술에 대한 선조의 다양한 지혜가 담겨 있다. 따스하게 빛나는 색깔들은 인류 최초의 천연염료 중 하나인 푸른 대청이나 환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황갈색 페가눔과 같은 약용 식물과 의식용 식물에서 얻은 것이다. 광주에서 선보이는 작업 〈위임하는 샤먼〉(2020)에는 한국인과 한반도를 상징하는 무궁화의 진분홍이 사용됐다. 각각의 조각들은 서로 다른 문화의 상징적 의미들을 함께 엮음으로써 식물과 인간, 애도와 탄생, 죽음과 삶의 사이 공간에 머무는 이야기가 된다.

크리즈티나 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