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번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들과 첫 미팅에서 사미족 작가이자 활동가 오우티 피에스키는 15시간 거리인 그의 거점인 우츠요키와 헬싱키를 자주 왕복하며 마주한 풍경이 본질적으로 그의 작업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고 언급했다. 피에스키의 회화와 설치 작품은 북극 지역과 소통하며 사미족 토착 공동체의 생활을 빚어낸 자연과 문화의 상호 의존성에 형식을 부과한다. ‘두오지’와 같은 신체적이고 가족적인 의미의 용어를 포함한 수공예 전통을 조합하는 피에스키의 설치 작업은 스칸디나비아의 식민 지배, 동화 정책, 개종, 물질 문화로의 전환에 의해 위협받는 직물 기반 수공예품, 목재, 은 등의 재료로 구성된다. 피에스키는 수공예 실천에 대한 지식을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는 세대 간 대화를 열어 “알맞은 삶”이라는 사미족의 원칙을 향해 의식을 전환하면서 망각에 저항한다.
피에스키는 2017년부터 고고학자 에바–크리스티나 하를린과 협업하며 ‘마타라쿠 라조가피르’(어머니 선조의 긍지의 머리쓰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19세기에 사프미(사미족의 영토) 북부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라조가피르’를 착용했지만 이 실천은 경건파 계통의 사도루터교 운동의 확산으로 인해 지워졌다. 갤러리2에 설치된 이 작업과 비엔날레 출판물에 수록된 에세이에서 피에스키와 하를린은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라조가피르에 주목하고, 소속, 집단적 기억과 자격의 모계적 태도인 ‘어머니 대지로의 귀환’ 개념을 동원해 선조와의 연결을 재점화한다. 피에스키에게 여성에 대한 폭력은 지구를 약탈하고 천연자원을 무자비하게 멸시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대자연은 피에스키가 지속해 온 여신 회화 연작에서 묘사한 ‘아카스’, 즉 사미족 여성 신령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피에스키의 설치 작업 〈보빗 II — 함께 떠오르기 II〉(2020)는 공동체 의복과 모임의 사회적 설정을 암시한다. 협동 제작한 피에스키의 ‘삼차원 회화’는 손으로 짠 매듭으로 만든 직물 건축물로, 자기 결정권과 연대감을 시사하며, 역시 동시대 미술과 공예적 과정 사이의 위계를 와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