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th Gwangju Biennale — Minds Rising Spirits Tu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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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헤지 라할

사헤지 라할은 레지널드 엔토벤이 1924년 식민 통치 국가의 입장에서 서술한 『봄베이의 민속 문화』를 재조명하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야기된 세계 보건 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논지를 펼친다. 그는 하층 카스트들이 숭배한 콜레라의 어머니 마하마리 데비를 인용한다. 이는 거짓 선동이 질병의 발생을 카스트 위계의 밑바닥이나 소수 종교의 사람들과 연관시킨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라할에게 신화와 사변 소설은 사회 정의의 이슈를 성찰하는 데 있어서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사실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정치적 연대와 저항의 공간이 그가 수행하는 신화 만들기의 중심축을 차지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도의 극우 민족주의 현 정권이 날조한 신화들에 대해 비판한다.

자연사, 민속 문화, 형이상학의 접점은 라할이 〈잃어버린 페이지〉연작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양림산에서 선보이는 이 현재 진행형 회화 컬렉션은 상상의 동물과 캐릭터들을 이슬람 고전 삽화본 문학 장르의 형식을 빌려 백과사전식으로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정령, 고수(敲手), 천조(天鳥) 등 우주론적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배치해 오늘날 인도의 카스트, 가부장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서 급증하는 종교적 상징을 전유함으로써 시민성에 대해 들여다본다.

마찬가지로, 라할의 디지털 시뮬레이션 〈바신다〉는 사회를 가부장적 인물인 마누(인도 신화에서 우주의 중심에 존재하는 신격화된 존재)의 몸에 비유하는 세계관에 이의를 제기하며 카스트 위계의 형이상학적 전제에 대항한다. 머리를 가진 엘리트와 발로 일하는 하층 카스트라는 전통적인 은유는 작가가신화적 억압 체계라고 부르는 것의 근간을 형성한다. 작가는 코딩과 게임 기술을 활용해 이 체계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의 디지털 생물 군계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정신과 신체의 분열은 스크린 속을 끝없이 돌아다니는 기괴한 생물의 신체 기능에 반영된다. 그의 말처럼통치되지 않은 기관들의 집단으로 작동하는 팔다리의 움직임은 독립적인 스크립트에 의해 결정되며, 각자의 정신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미켈란젤로 코르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