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th Gwangju Biennale — Minds Rising Spirits Tu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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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린

카리아티드(여상기둥)’라는 용어는 카리아 숭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아르테미스로 이어지는 카리아는 고전기 이전의 그리스 제의에서 경배된 호두나무 여신이다. 로마 부근의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영감을 받은 비비안 린의 1986년 작품 〈카리아티드〉는 머리카락으로 덮여 독립적으로 서 있는 기둥으로, 가나안 여신 아슈라의 의례 기둥처럼 여신들에게 봉헌된 장소를 지시하는 고전 여상기둥에서 비롯한 것이다. 작가는 1986년 전시에서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이며 웰링턴시립미술관 건물의 한쪽 콘크리트 기둥 가까이에 설치함으로써, 모더니즘 건축의 젠더화된 규율, 모계 혈통의 신성한 생명의 나무, 바빌로니아 여신 이슈타르, 팔라우의 딜루카이 형상 간의 유희를 이끌어 냈다. 비비안 린은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에서 개념주의 미술을 페미니즘적으로 해체하고 모더니즘에 내재한 가부장적 편견을 비판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이는 여성의 머리카락, 피부 치료를 위한 약품의 사용, 태평양 여성들이 만드는 의식용 나무껍질 천인타파를 손상시켜 사용하는 것으로 표명됐다. 특히 손상된 타파는 린의 작품을 풀리지 않는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한 쪽에서는 부서진 타파의재옹호를 여성 노동의 치유나 회복으로 보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것이 재료의 미학적 잠재력을 백인의 상상력으로 전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화상의 규율을 밀어 붙여 서구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작품 〈스핀: 베르소르 베르사리〉(1995–97)는 비비안 린 자신의 뇌를 촬영한 9장의 MRI 확대 사진 시리즈로서, 내면의 공간들을 반영하면서 데카르트적 자아와 지각된 자기 동일성 간의 실질적 불일치를 드러낸다. 작가가 1992년 폼페이에서 본신비의 저택의 방들을 참조한 이 작품은, 그 로마 저택 개인 영역의 탈육화된 이성과 대립하는 지성을 육화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알려진 이원론의 형태를 가리키는 작품 제목은 안정적이고 불변하는 자아 개념을 극복하기 위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이는 비비안 린이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의 행위에 따라 정체성이 떠오르고 쇠퇴하며 흐르고 변이하는, 그러한 세계 속 정신자아의 육체, 내장, 신경, 에로스를 지향하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코르사로